"한 번만 더 고쳐주세요"의 함정──서울 성우 한지훈이 수정 횟수 추적으로 한 달에 ₩840만을 되찾은 이야기
InvoiceFlow 편집부 · 2026년 6월 8일 · 읽는 데 약 14분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오피스텔. 방음 부스가 놓인 작은 작업실에서 한지훈 씨(36)는 매일 목소리로 일한다. 14년 차 프리랜서 성우다. 그의 목소리는 TV·라디오 광고에, 오디오북의 내레이션에, 게임 캐릭터의 대사에, 기업 홍보 영상과 프레젠테이션에 담긴다. 작업 한 건의 요금은 적게는 25만 원, 많게는 대형 광고 캠페인의 2,500만 원에 이른다. 한 달에 소화하는 건수는 25건에서 40건. 누가 봐도 잘나가는 성우다.
그런데 한지훈 씨는 매년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분명 쉴 새 없이 일하는데, 통장에 찍히는 돈은 노력만큼이 아닌 것 같았어요. '내가 이렇게 바쁜데 왜 이 정도지?' 하는 의문이 항상 있었죠. 그 정체를 한참 뒤에야 알았어요. 바로 '수정'이었습니다."
"한 번만 더"가 쌓이면 무료 앨범 한 장
성우 작업에서 수정은 일상이다. 클라이언트가 녹음본을 듣고 "톤을 조금만 더 밝게", "여기 호흡을 한 박자 늦춰서", "이 단어만 다시" 같은 요청을 보낸다. 한지훈 씨는 좋은 결과물을 위해 이런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문제는 이 수정이 '당연히 무료'처럼 여겨졌다는 것이다.
- 다시 부스에 들어가는 비용. 단어 하나를 다시 녹음하려 해도 부스 세팅, 마이크 워밍업, 컨디션 조절, 재녹음, 후반 편집, 파일 정리까지 적잖은 시간이 든다. "한 단어만"이라는 요청이 실제로는 한 시간이 되곤 했다.
- 끝없는 추가 요청. 1차 수정, 2차 수정, 3차 수정… 어떤 게임 더빙은 캐릭터 설정이 바뀌었다며 같은 대사를 다섯 번을 다시 녹음했다. 모두 무료였다.
- 경계 없는 합의. 한지훈 씨의 견적서에는 '수정 몇 회까지 포함'이라는 조항이 없었다. 그러니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한 번만 더"가 미안한 일이 아니었다. 무한 리필이었으니까.
한지훈 씨가 큰맘 먹고 지난 1년간 무료로 처리한 수정 작업의 시간을 추정해 환산해보니, 무려 약 3,000만 원어치였다. "충격이었어요. 제 시간당 단가로 따지면, 1년 동안 거의 공짜로 일한 작업이 그만큼이었던 거예요. 그 돈이면… 생각하기도 싫었죠. 누가 떼간 것도 아니고, 제가 그냥 흘려보낸 거예요."
문제는 '관대함'이 아니라 '경계의 부재'였다
전환점은 선배 성우의 조언이었다. "지훈아, 수정은 서비스가 아니라 노동이야. 1차, 2차까지는 작업의 일부로 포함할 수 있어. 근데 그 이상은 추가 작업이야. 문제는 네가 관대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가 포함이고 어디부터가 추가인지 '경계'를 안 정했다는 거지. 경계가 없으니 다 무료가 된 거야."
한지훈 씨에게 필요한 건 세 가지였다. (1) 견적·계약 단계에서 '포함 수정 횟수'를 명확히 정하는 것, (2) 실제 수정이 몇 차까지 진행됐는지 건별로 추적하는 것, (3) 포함 범위를 넘는 수정에 대해 떳떳하게 추가 요금을 청구하는 것. 관대함을 버리자는 게 아니라, 관대함에 경계를 그리는 일이었다.
InvoiceFlow로 만든 수정 횟수 추적
그가 찾은 도구가 스마트폰으로 견적·청구를 관리할 수 있는 앱 'InvoiceFlow'였다. 한지훈 씨는 우선 견적서 양식 자체를 바꿨다. 모든 작업 견적에 다음 조항을 명시했다.
| 작업 유형(예시) | 기본 요금 | 포함 수정 | 추가 수정 1회당 |
|---|---|---|---|
| 기업 PT 내레이션 | ₩400,000 | 2회 | ₩80,000 |
| 오디오북(시간당) | 협의 | 1회(챕터당) | ₩60,000 |
| 게임 캐릭터 더빙 | 건별 협의 | 2회 | 대사량 비례 |
| 광고 캠페인 | ₩2,500,000~ | 3회 | ₩150,000 |
그리고 각 작업의 청구서에 수정 진행 상황을 기록했다. 1차 수정이 들어오면 '수정 1/2', 2차가 들어오면 '수정 2/2', 그 이상이면 '추가 수정' 항목이 자동으로 청구서에 더해지는 식이었다. InvoiceFlow에서 항목을 자유롭게 추가·관리할 수 있으니, 추가 수정이 발생할 때마다 그 자리에서 요금 항목을 더해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이번 수정은 추가 요금입니다"를 떳떳하게
가장 큰 변화는 한지훈 씨의 태도였다. 견적서에 경계가 적혀 있으니, 추가 요금을 말하는 게 더 이상 민망하지 않았다. "예전엔 '추가 요금 받아도 될까…' 하고 눈치를 봤어요. 그런데 이제는 견적서에 '포함 2회, 이후 1회당 8만 원'이라고 처음부터 적혀 있으니까, 그냥 '이번이 3차 수정이라 추가 요금이 발생합니다'라고 담담하게 안내하면 돼요. 클라이언트도 미리 합의한 거라 군말이 없고요."
흥미로운 부수 효과도 있었다. 추가 수정에 요금이 붙는다는 걸 알자, 클라이언트들이 수정 요청을 더 신중하고 정확하게 하기 시작했다. "예전엔 '일단 보고 또 고치죠' 식이었는데, 이제는 한 번에 피드백을 모아서 정확하게 줘요. 무한 리필이 아니니까요. 결과적으로 수정 횟수 자체가 줄어서 제 시간도 아껴졌어요."
한 달에 ₩840만을 되찾다
수정 횟수 추적을 도입한 지 한 달. 한지훈 씨는 그동안 무료로 흘려보내던 수정 작업에서 약 840만 원의 추가 매출을 정당하게 청구했다. "한 달에 840만 원이에요. 작업을 더 많이 받은 것도 아니고, 단가를 올린 것도 아니에요. 그냥 원래 받았어야 할 노동의 대가를 받기 시작한 것뿐이죠. 1년이면… 제가 흘려보내던 3,000만 원이 비로소 손에 들어오는 거예요."
- 월 추가 회수: 약 840만 원. 포함 범위를 넘는 수정에 정당한 요금을 청구.
- 연 환산 손실 차단: 약 3,000만 원 규모. 그동안 무료로 새던 노동을 수익으로 전환.
- 평균 수정 횟수: 감소. 추가 요금 인식이 클라이언트의 피드백을 정확하게 만들어, 오히려 수정이 줄었다.
- 심리적 부담: 해소. 견적서에 경계가 명시되니 추가 요금 안내가 떳떳해졌다.
성우 요금과 원천징수 3.3%, 한눈에 정리
성우는 대부분 사업소득으로 처리되며, 방송사·광고대행사·기업 등 클라이언트가 지급 시 3.3%를 원천징수하고 입금하는 경우가 많다. 한지훈 씨는 건수가 워낙 많다 보니(월 25~40건), 어느 건이 입금됐고 원천징수가 얼마인지 추적하는 것만으로도 일이었다.
InvoiceFlow에서 각 청구서에 기본 요금, 추가 수정 요금, 그리고 원천징수 3.3% 차감 후 실수령액을 항목으로 정리해두니, "이 건이 입금됐나? 원천징수는 맞게 뗐나?"가 한눈에 보였다. "월 30건이 넘으면 입금 대사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팠는데, 이제는 건별로 정리돼 있으니 미입금 건이 빨갛게 떠요.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도 원천징수영수증과 대조할 자료가 깔끔하게 준비돼 있고요."
다양한 작업을 한 곳에서
광고, 오디오북, 게임, 기업 PT는 요금 체계와 클라이언트 성격이 제각각이다. 한지훈 씨는 작업 유형별로 견적 템플릿을 만들어두고, 새 의뢰가 오면 해당 템플릿을 불러와 빠르게 견적을 낸다. 수정 조항이 이미 박혀 있으니, 견적 단계부터 경계가 자동으로 따라붙는다.
'무료 수정'에 시달리는 모든 창작·전문직에게
"이건 성우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디자이너, 영상 편집자, 번역가, 작곡가… '한 번만 더 고쳐주세요'에 시달리는 모든 프리랜서의 이야기죠. 수정은 호의가 아니라 노동이에요. 관대한 건 좋아요. 하지만 관대함에는 경계가 있어야 해요. 견적서에 '포함 몇 회, 이후 추가 요금'이라고 한 줄만 적으세요. 그 한 줄이 당신의 노동을 지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경계가 생기면 클라이언트와의 관계가 더 명확하고 건강해져요."
한지훈 씨가 되찾은 한 달 840만 원은 새로 번 게 아니었다. 이미 그의 목소리와 시간이 만들어냈지만, 경계가 없어 무료로 새던 정당한 대가였다. 합정동의 작은 방음 부스에서, 그는 오늘도 떳떳하게 마이크 앞에 선다. 이제 그의 모든 목소리에는 제값이 매겨지니까.